군사/군대

정비사의 덕목

큰바위(장수환) 2022. 11. 23. 17:31

현역 시절 농담 반 진담 반 이런 얘기를 한적이 있다. 우리 공군에서 특히 전투비행단에서 가장 파워(?)가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에 대하여 말해본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비행단의 단장도 아니고, 조종사도 아니요, 신임 소위도 아니요, 헌병도 아니고... 내무반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임하사나 주임원사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깃발맨이라고 불리는 활주로 상의 이륙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항공기의 최종 점검과 이륙 허가권(?)을 가진 정비사다. 준사관이나 부사관이 하기도 하지만 상병에서 병장들이 이 일을 하기도 한다.

한 겨울의 육중해 보이는 F-4 팬텀 전폭기도...

봄 날의 F-16 전투기도...

뜨거운 여름날의 T-38항공기도... 아무리 비행을 하고 싶어도 조종사는 저 정비사가 붉은 깃발을 들면 이륙할 수 없다.

비행단에서 항공기를 뺀다면 그것은 이미 비행단이 아니다. 항공기를 운용하기 위해 모든 분야가 서로 기어처럼 맞물려 협력을 해서 움직이고 있는데, 항공기가 어떤 이유로든지 이륙을 하지 않는다면, 혹은 못한다면 이미 비행단으로서의 가치는 상실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런데 그 최종 결정을 저 정비사가 바로 깃발맨이 하고 있다. 항공기 시동을 걸기 전에 지상에서 정비사가 또 조종사가 점검을 하였더라도, 시동을 걸고 이륙전 마지막 점검을 정비사가 하였더라도,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 항공기를 정대하고 최종 성능 점검을 조종사가 하였더라도, 저 깃발맨이 최종 외부 점검을 하여 이상을 발견하여 붉은 깃발을 들면 일단 저 항공기는 이륙하지 못한다. 그만큼의 실권(?)을 저 깃발맨이 쥐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항공기 정비장교로써 공군에서 오랜 기간동안 근무했었고, 정비장교의 최고 위치에서도 근무를 하고 전역을 하였기 때문에 정비사들이 가져야하는 필수적인 덕목을 말할 때 정직해야하고 정확해야하며 성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비단 정비사 뿐만아니라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모든 일에 정직과 정확, 성실을 강조하는 것은 설사 지나치더라도 잘못된 것은 아닐진데 그것이 특히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기계를 다루는 정비사에 있어서는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기 때문이다.

항공기가 이륙하기 위해 최종 점검을 하는 장소와 가장 가까이 완전히 노출되어 있는 저 정비사는 겨울엔 방한 파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칼바람은 봐주지 않고, 여름엔 윗도리를 벗었더라도 무더위는 피해가지 않으며, 귀마개를 했다고는하지만 온 몸으로 느껴지는 진동은 경험안해 보고는 모른다.

<위의 사진들은 공군지에서 퍼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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