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군대

공군의 항공기 정비사

큰바위(장수환) 2022. 11. 20. 14:53

대부분의 일반 국민들은 항공기가 하늘에 비행운을 뿜으며 날고 있을때, 블랙이글 같은 곡예비행팀들이 현란한 곡예비행을 펼칠때 외부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에 감탄을 연발하고, 조종하고 있는 조종사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은 그러한 항공기가 날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가야한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정비사인데 그러한 정비사가 무슨일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다음은 공군의 뉴스레터 16호에 실려있는 정비사 25시란 제목의 글인데 2006년말이나 2007년초에 발행됐었는데 관련된 사진 자료는 다음 블로그 폐쇄로 없어졌다.

새벽을 열고 밤을 닫는다 - 정비사의 하루

04:30 ~ 05:00 하늘을 연다, 아침을 연다

세상은 아직 잠이 든 채 조용합니다. 기상나팔 대신 울려 퍼지는 자명종 소리. 항공정비 요원들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비행시작 2시간 전까지는 점검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졸린 눈을 찡그리며 출근을 서두릅니다.

오늘 아침 첫 비행은 08시 정각. 다른 장병들이 막 일어나는 6시까지 자신이 맡은 ‘이글루(항공기 엄체호 : 모양이 얼음집과 비슷해서 생긴 별명)’로 출근합니다. 어스름에 시계를 확인한 정비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아직 햇살에 데워지지 않은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때리며 마지막 남은 졸음까지 씻어냅니다.

이글루. 아직 어둡지만 그들에겐 바닥의 오래된 기름 얼룩 하나까지도 익숙합니다. 열리는 철문 사이로 드러나는 미끈한 KF-16의 동체에 새벽빛이 은은히 반사됩니다. 완전히 열린 철문 사이로 들어가 항공기와 마주섭니다.

“오늘도 잘 부탁한다.”

이글루 안에서 정비사들은 다시 한 번 오늘의 비행 스케줄을 확인합니다. 비행 시간과 임무에 따라 연료 보급량, 무장 등이 달라집니다. 스케줄 확인을 끝낸 정비사들은 이내 항공기 점검에 들어갑니다. 이른바 ‘Walk Around' 작업. 항공기 주위를 돌며 각 부분을 세밀히 살피는 과정입니다. 40분이나 소요되는 이 점검을 통해 전투기가 완벽한 상태임을 다시 확인, 또 확인합니다. KF-16의 경우, 아침 첫 비행을 위해 받아야 할 점검 항목은 53가지에 이르며, 이걸 모두 만족시켜야만 이륙이 허가됩니다.

07:00 ~ 08:00 Last Chance!

비행 1시간 전. 어김없이 조종사를 실은 미니버스가 이글루 앞에 섭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간단한 인사를 교환한 후, 조종사 역시 자신이 탈 기체를 점검합니다. 이륙 50분 전이 되면 조종사가 항공기에 탑승, 시동을 겁니다. 항공기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굉음 속에서 조종사와 정비사는 헤드셋을  통해 교신을 하며, 조종면 정보를 통해 기체제어, 유압시스템 등을 점검합니다.

“All Clear!"

모든 준비가 끝난 항공기는 자체 엔진 추력을 이용, 유도로를 따라 활주로의 출발선상인 Last Chance로 향합니다. 이제 신호가 떨어지면 출발하냐고요? 아닙니다. Last Chance는 말 그대로 항공기가 이륙 직전 마지막 점검을 실시하는 곳입니다. 여기서 무장 안전핀 제거 상태, 기체제어 등을 다시 확인한 후 정비사의 수신호에 따라 최종적인 이륙준비를 마치게 됩니다. 푸른 깃발과 함께 항공기는 퉁겨지듯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09:00 ~ 체크, 그리고 또 체크

한 시간 여의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항공기가 내려오면, 정비사들은 다시 바빠집니다. 항공기가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은 Last Chance입니다. 여기서 간단한 점검을 실시 후, 자신의 이글루로 돌아갑니다.

이글루에 도착하면 조종사가 캐노피를 열고 항공기에서 내립니다. 조종사는 정비사에게 항공기 상태에 대한 설명을 하고 돌아갑니다. “오늘은 스로틀(Throttle : 엔진 출력 조절 장치)이 약간 빡빡하던데요.”

정비사는 이제 다음 비행 스케줄에 따라 항공기를 준비합니다. 같은 날 오후나 밤에 비행이 계획되어 있는 경우에는 체크 리스트에 따라 113가지 점검을 실시하며, 비행계획이 다음날 이후로 넘어갈 경우엔 217가지나 되는 점검을 실시합니다. 체크 리스트만 해도 두꺼운 책 한 권에 이릅니다.

만약 조종사가 비행하면서 혹은 비행 후 점검 중에 항공기 결함이 발견되면 결함부위에 따라 야전정비대대나 항공전자정비대대 소속 전문 정비사들이 직접 정밀 진단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상태에 따라 전문 정비시설로 이동, 정밀작업을 통해 결함을 수리합니다.

00:00 ~ 24:00 언제나 단 1mm의 균열도 놓치지 않는다

이처럼 한번의 비행에서도 정비 과정은 수백 단계의 점검이 이루어집니다.

“점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예를 들자면... KF-16이 기동할 때, 엔진 속에선 총 1146개의 엔진 블레이드가 엄청난 속도로 돌아 갑니다. 이중 하나에 발생한 1mm의 균열이 항공기를 추락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죠. 그래서, 항공정비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합니다.”

비행준비를 위한 매일매일의 점검 외에도 엔진은 50시간마다, 항공기는 300시간마다 정비대대로 보내져 정밀 점검을 받습니다.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거쳐 하늘로 올려보내는 거죠. 이런 노력이 있기에 한국 공군의 KF-16은 동기종 세계 최저 수준의 사고 발생률을 자랑합니다. (10만 시간당 사고 발생률 : 평균 4.38건, 미국 4.12건, 한국 2.26건)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서 우리의 정비사들이 오늘도 자명종을 맞추고 있습니다. 잦은 새벽출근과 야간작업으로 불규칙해진 생활, 여름에 뜨겁고, 겨울엔 삭풍이 몰아치는 활주로, 잠시만 들어도 귀가 멍멍한 항공기 소음 등.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이 흘리는 땀 속엔 갖은 애환이 녹아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수십 톤 짜리 쇳덩어리를 하늘로 올려보내고 있습니다. 마술 같은 일이죠. 힘들어도 우리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전 최고의 자부심을 느낍니다.

 

위의 글은 KF-16 항공기에 대한 일반적인 사실인데 다른 기종도 거의 같은 패턴으로 이루어진다. 비행 2시간 전에 출근하고 야간 비행이 끝난 후 최소한 1시간이 넘어야 퇴근하는데 만약에 야간 비행후 결함이 있다면 밤을 꼬박 샐 수도 있다.

요즘같이 추운 날. 새벽 찬바람을 맞으며 오늘도 항공기 정비를 위해 이글루로, 격납고로 향하는 이들이 정비사로써의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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