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겨울엔 이런 저런 이유로 산을 찾지 않는데 이제 입추도 지나고 우수도 지나 날이 풀려서 산을 찾아 나서기 좋은 시기가 온 것 같다. 새해들어 처음 찾은 산은 집에서 멀지 않고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갈 수 있는 그런 산을 찾았는데 바로 대구 동구에 있는 거저산이다. 그런데 이 거저산은 고려 태조의 왕건길이라는 테마길의 일부로 조상된 곳으로 고려 태조 왕건은 후백제 견훤과 이곳 동구일대에서 많은 전투를 벌였는데 그 과정의 35km, 8개의 테마길로 나누어져 만들어졌다. 동구청 홈페이지 사진.
팔공산 왕건길의 시작은 신숭겸 장군 유적지부터 시작되는데 거저산은 1길을 지나 2길에 있는데 가볍게 1, 2길만 걸어보기로 한다. 거저산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신숭겸 장군 유적지를 찾아가야하는데 대구 지하철 1호선 아양역 2번 출구로 나와 401번, 101-1번 버스를 타면 된다. 팔공산을 형상화한 구조물.
101-1번을 타면 파군재 삼거리를 지나 파계교에, 401번을 타면 파군재 삼거리를 지나 공산동 주민센터 앞에 내리면 되는데 401번을 타고 주민센터 앞에 내려 길을 건너면 바로 신숭겸 장군 유적지인 표충사 이정석과 함께 둘레길 표시가 보인다.
길따라 들어가 지묘2교 건너 왕산 아래에 표충사가 보인다. 버스에서 내려 5분정도 오면 된다.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동화천을 따라 왕건길이 이어지지만 먼저 표충사 경내를 한바퀴 돌아보고 둘레길을 갈 생각이다. 표충사 안으로 들어와 정문쪽으로 가보면 활쏘는 모습의 장군의 동상이 있고 멀리에 왕산이 보인다. 장군은 무예가 뛰어났는데 특히 활을 잘 쏘았다고 한다. 날아가는 기러기들 중 지목한 기러기의 왼쪽 날개를 맞추었을 정도라고...
그 옆에는 표충단이 있는데 태조 왕건이 견훤에게 쫓기게 될 때 장군이 왕건의 옷을 입고 왕건의 행사를 하므로써 왕건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자신은 장열하게 전사하고 만다. 이곳 주변엔 왕건과 관련한 지명들이 많은데 그것들을 하나 짚어보며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 이러한 지혜로운 묘책을 상기하기 위해 지묘동이란 이름이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어쨌거나 그를 기리기 위한 제단이 만들어졌고...
장군을 모신 장소이지만 문이 닫혀있다. 뒤로 왕산이 보이는데 왕건이 숨어 있었던 곳이라 그런 이름이 붙은 곳이라고...
간단히 돌아보고 경내를 나와 둘레길을 따라 걸어간다. 이 길은 왕건길이기도 하지만 대구 올레길이기도 하다.
좌측 주택이 끝나는 지점 좌측으로 산길이 보이는데 바로 왕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거저산만 가기엔 거리가 조금 짧아 보여 왕산을 올랐다가 가기로 한다.
길을 벗어나 산길로 들어서면 묘지들이 나오는데 가로 질러 가도 되고, 우측으로 돌아가도 산길은 이어진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바로 왕산이기 때문에 어려움없이 쉽게 올라갈 수 있다.
20분 정도면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정상에 서게 된다.
바로 왕건이 숨어 있었다는 왕산이다.
이곳에서 내려보는 조망이 좋다. 공산댐도 보이고...
아래로 아파트들이 보이고 멀리 희미하게 대구시내의 모습도 보인다.
정상을 지나 산길은 이어지지만 확실히 알 수 없는 길이라 뒤돌아 왕산을 내려온다.
내려오면서 보이는 산아래 동네의 모습.
왕산에서 내려오는데는 15분 정도면 된다.
길로 내려서서 본격적인 왕건길을 계속 간다.
왕산을 내려와 길따라 온지 5분정도면 각종 이정표가 있는 탐방센터에 이르는데 우측으로는 응봉이고, 길따라 가면 지묘동 임도길인데 열재까지가 왕건 1길(용호상박길;4.3km)이다.
원래 개인 사유지를 임도로 개발하였기 때문에 나무 그늘이 없는데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날이면 힘들 것 같다.
탐방센터에서 5분정도면 물이 많이 말라있는 대곡지를 지나는데 조그만 호수 주변엔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임도이긴 하지만 사유지란 표시가 많다. 담벼락에 왕건길임을 나타내고 있다.
임진왜란때 지역 의병장 최휘인을 기리는 원모재를 지나고... 대곡지에서 10분이 채 안걸린다.
큰돌이 많은 돌쉼터를 지나고...
원모재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몇가지 운동기구가 있는 쉼터에 도착하고... 동네 사람들이 나와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이다.
체육시설을 벗어나면 조그만 암자를 지나게 되고...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임도는 포장과 흙길이 같이 있어 이채롭다.
그리고 다시한번 체육시설이 있는 전망좋은 장소에 이르는데 만디 체육시설이다. 만디는 사투리로 정상이란 의미이다. 아래의 체육시설이 있는 쉼터에서는 12분 정도 걸리고, 신숭겸장군 유적지에서는 천천히 걸어도 50분정도면 될 것 같다.
멀리 팔공산의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팔공산의 이름도 고려 태조를 도운 여덟명의 공신을 기리기 위해 팔공산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다.
만디체육시설에서는 좌측으로 응해산 3.85km, 왕산 0.85km 이정표가 있는데 임도를 따라서는 내동 방향이고 열재로 가는 길이다.
5분 정도 걸으면 다시한번 팔공산이 훤히 보이는 왕건 전망대에 이른다.
줌으로 당겨본 팔공산의 정상 능선... 팔공산 주변의 많은 봉우리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표시되어 있다.
다시 임도를 따라 왕건길을 이어간다.
임도는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왕건 전망대에서 7~8분이면 열재에 도착한다. 옛날에 산이 험하여 열명이 모여서 산을 넘었다는 의미라고 한다. 노태우 대통령도 어린 시절에 이곳을 넘나들었다고 한다. 이곳까지가 왕건길의 1구간인데 왕산을 내려와 약 1시간 조금 더 걸렸다.
이정표는 왕건길 1, 2 구간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직 거저산은 저 멀리에 표시되어 있다.
열재를 지나고 부터는 임도와 멀어져 본격적인 산길이며 2구간(열린하늘길; 4.5km)의 시작이다.
벌써 12시가 지난다. 이곳에 앉아 쉬면서 점심을 먹고...
산길을 이어간다.
길따라 가다보니 어느 순간 거저산이 보이기 시작하고...
산길은 뚜렷하고 곳곳에 왕건길임을 표시하는 리본들이 묶여있어 어렵지 않다. 하늘다리라 거창한 이름이 붙혀진 곳인데 별로 조망도 없는 임도를 건너는 다리다. 열재에서 오다가 점심먹으며 좀 쉬기는 했지만 그냥 걸어온다면 30분이면 될 듯...
다리를 건너면 산길은 임도를 건너 연결된다.
낙엽송들이 울창한 곳을 지나기도 하고...
소나무들이 울창한 길도 지나게 되며...
길은 길게 이어진다.
그리고 도착한 520미터의 거저산 정상. 하늘다리에서 20여분 걸렸는데 통상 거저란 말은 사투리로 쉽다라는 의미인데 이곳까지 오기가 쉽지는 않았다. 몇번의 봉우리를 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부남교에서 오른다면 쉽게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정상을 지나서는 편하게 산길이 이어진다.
마치 정상으로 향하는 곳의 길목을 막고 있는 듯한 바위군들...
도착한 하늘마루... 거저산에서 10여분이면 된다. 부남교까지는 1.4km, 뒤돌아 열재까지는 3.1km다.
역시 팔공산의 능선은 이곳에서도 잘 보인다.
내려오는 길은 편하다.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왕건길을 표시하는 리본이 걸려있는 길로 내려서고... 하늘마루에서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마을길따라 내려오면...
부남교에 이르면서 왕건 1, 2길을 모두 마치게 된다. 건너 버스 정류장에서 팔공 1번(신무동) 버스를 기다리면 되는데 이곳 버스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흠이다.
다리를 건너면 왕건 길 3구간(묵연체험길)인데
그리고 돌 이정표... 3구간이 8개 구간중 가장 긴 5.4km의 거리이다.
왕산을 내려와서 2시간 40여분, 왕산을 포함하더라도 3시간 반정도면 간단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동구청 홈페이지에 있는 파군재 삼거리에 세워진 신숭겸장군 동상의 모습이다.
파군재라는 이름도 왕건의 고려군이 견훤의 군사한테 패했다고 붙혀진 지명이다. 뿐만 아니고 이곳 주변의 많은 지명들은 당시에 붙혀진 이름이 많다. 불노동, 무태동, 해안, 안심, 반야월 등등... 이런 이름을 알고 둘레길을 돌아보는 것도 재미로울 것 같다. 어쨌거나 새해들어 처음 나선 산행이라 간단히 돌아볼 곳으로 나섰는데 편하게 나들이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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