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으로/산으로

고흥 천등산(554M)-조계산(463M)

큰바위(장수환) 2023. 1. 13. 11:45

2011년 3월. 아직 완전한 봄은 아닌 것 같다. 꽃샘추위라고 하기에는 따뜻하고... 봄이라고 하기에는 좀 쌀쌀하고 그런 날씨다. 겨울의 추위가 완전히 풀리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남쪽의 산들을 주로 찾게 되는데 이번에는 전남 고흥에 있는 천등산과 조계산을 연계한 산행을 하게 되었다. 천등산과 조계산은 같은 이름으로 전국에 몇개나 산재해 있는 산이기도 하고, 또한 고흥에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팔영산외에도 몇개의 산이 있는데 그중의 천등산은 바다를 향해 열려 있는 산이라 남해안의 다도해를 굽어 바라볼 수 있고, 봄이면 철쭉이 만개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지만 조계산은 그렇지 못하다. 인근 순천의 조계산이 워낙 유명해서 그늘에 가렸는지... 어쨌거나 우리나라 우주 기지가 있는 고흥반도의 천등산과 조계산을 연계한 산행을 산악회를 따라 하게 되었는데... 대구에서 천등산 산행 입구인 금탑사 앞까지는 거의 3시간 반정도 걸린다. 금탑사 입구에 버스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하는데 이곳 주변은 흔한 가게 하나없다.

사찰 입구라 승용차 정도는 올라갈 수는 있을 것 같은 길을 따라 간다.

입구 도로에서 13분 정도 부지런히 올라오니 금탑사 입구에 이르고,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는데 일단 금탑사로 들어가 본다.

이곳은 비자나무 숲이 유명한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1700년 이후에 심어졌을것으로 추정하며 수령은 약 300여년 정도라고... 아직 겨울의 기운이 풍기는 삭막한 가운데 푸른 숲을 보게 되니 기분 좋다.

금탑사다. 비구니 사찰로 알려져 있는데 이름때문에 혹시 금으로 만든 탑이라도 있는가하는 생각이 앞섰으나 그런 것은 아니고... 확실한 창건연대는 모르지만 몇번의 참화를 거쳐 현재 극락전은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안내판을 읽어보려 가까이 접근하다가 개 한마리가 어찌나 크게 짖어대는지 깜짝 놀라 물러나고 말았다.

10여분 사찰을 둘러보고 천등산으로 오른다.

겨울이 풍기는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산악회의 흔적들 만이 반기고 있다.

사찰에서 20여분 올라오니 커다란 바위들이 엉켜있는 전망장소에 이른다.

뒤로 돌아본 모습이고...

앞으로 가야할 천등산의 모습이다.

좌측에 푸른 숲에 쌓여 있는 부분이 금탑사이고... 올라온 능선이 보인다.

금탑사 주변을 줌으로 당겨본 모양인데 주위의 숲이 비자나무 숲이다.

바위군에서 다시 15분 정도 오니 전망 장소에 이르고... 좌측은 철쭉공원, 우측은 헬기장... 앞에 보이는 바다 건너 섬은 거금도. 앞에 보이는 산이 월각산이라는데 바위를 밟고 오르노라면 딸각딸각 소리가 난다고 딸각산이 달각산으로 다시 월각산으로 이름이 변했다고 한다.

앞에 보이는 능선상에는 봄이면 철쭉이 만개한다고 그래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임도도 만들어진 듯하다. 저곳까지는 차로도 쉽게 올라올 수 있다고 한다. 바다와 어울려 보기 좋다.

정상은 오른쪽으로 1분도 안되는 거리다. 조계산으로 산행을 이어가려면 바위 능선을 지나야 한다.

천등산 정상. 금탑사에서 구경을 하고 산행을 한지 40분에 정상에 섰지만 시간상으론 12시가 넘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쉰다.

천등산은 봉우리가 하늘에 닿는다고, 혹은 옛날 승려들이 정상에서 천개의 등불을 바쳤다고, 혹은 도를 닦으려고 밤이면 수많은 등불이 켜져있었다해서 붙혀진 이름이라고 한다.

앞에 보이는 바위 능선을 가며 뒤돌아 본 천등산 정상.

천등산에서 조계산으로 가려면 보이는 능선상에서 우측으로 빠져야 한다.

바윗길 능선상의 좌측은 낭떨어지다.

바위 능선상에서 조계산으로 빠지는 길은 확실치가 않다. 그러나 능선을 지나다 우측으로 리본이 많은 부분이 나타나는데 그리고 산죽무리가 있는 급경사 길로 연결된다. 이 부분에 이정표가 있으면 좋을텐데... 그만치 조계산은 고흥에서도 대접을 못 받고 있다는 증거다.

산죽과 철쭉들로 길은 이어지는데 가야할 능선상으로 산길도 보인다.

능선상의 길은 수월하다.

조계산이 멀리 뾰족하게 머리를 내밀고 있고...

조계산으로 가면서 뒤돌아 본 천등산의 모습. 좌측의 첫번째 봉우리가 정상인 듯하다.

숲길을 한참 가다보니 이곳이 고흥지맥이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아직도 조계산은 멀리에 뾰족히 솟아있고... 우측에는 산행의 종점인 대룡제가 보이고 저수지 너머가 원봉림마을이다.

능선상에서는 기암들을 자주 보게 된다.

천등산에서 1시간반정도에 미인치에 도착하게 된다. 임도가 산의 중간을 넘고, 산길은 임도를 가로질러 계속 이어지는데 그냥 우측으로 내려가면 산행의 종점인 대룡제를 지나 원봉림 마을에 닿게 된다.

미인치에서 부터는 계속 오르막길의 연속인데 중간 중간 나타나는 전망장소가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기도 한다. 저수지가 있는 부분이 원봉림 마을이다.

뒤돌아 본 천등산의 모습.

이곳에 풍력자원조사를 위한 풍향과 풍속을 측정하기 위한 시설이 우뚝 서있는 곳을 지나고...

고흥군은 남해바다로 열려있는 반도이기 때문에 곳곳에서 바다가 보인다.

조계산 정상부는 바위의 연속이다.

좌측의 천등산에서 조계산으로 오기까지 능선이 희미하게 보인다. 한걸음 한걸음이 멀리도 온 듯하다.

이부분이 조계산의 정상인 듯한데 별다른 표시는 없다.

정상 부위를 조금 벗어나면 멋진 전망장소가 나타난다.

바위 높은 곳에서 조망을 즐기고...

정상의 바위군들... 우측 끝부분의 바위는 큰바위 얼굴 모습이다.

천등산이 멀리 보이는데 천등산에서 남해 바다를 내려다 보는 전망도 좋기도 하지만 조계산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참 좋다. 이곳을 오르는데 밧줄이나 계단 등의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이정표를 만들어 주면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조망을 즐기고 이제 원봉림 마을로 내려서야 하는데 한웅큼의 바위가 절묘하게 서 있다.

강아지처럼 생긴 바위를 뒤돌아 오른쪽으로 내려서는데 철쭉이 앞을 가로 막아 엎드리다시피하여...

희미한 길을 따라 내려선다. 숲이 우거진 여름에 이곳으로 산행을 한다면 힘이 들지도 모르겠다. 이곳엔 산행 이정표가 전혀 없다. 선행한 산악회의 리본 만이 간혹 있어 그것을 따라 내려갈 뿐이다.

그러나 우측으로는 산행 종점인 원봉림 마을이 자주 보이기 때문에 별로 걱정은 되지 않는다.

희미하기는 하지만 길은 계속 된다. 조계산 전망바위에서 40여분을 내려오니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나타나고...

마을길로 내려와서... 조그만 풀장같기도 한데 알아보니 공동 빨래터라고 한다.

원봉림 마을 버스 정류장 앞으로 나오게 되는데 좌측의 길이 금탑사로 이어지는 도로인데 5.2km다. 산행길은 우측 자동차 뒤쪽의 골목길로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4시간 반정도 걸린 산행이었는데 걸은 거리는 10.5km가 조금 넘는 거리다. 천등산이나 조계산은 남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조망이 참 좋은 곳인데 조계산은 안전시설과 이정표가 설치되면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원봉림 마을 양지 바른 곳에 피어있는 매화꽃...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다.

멀리 고흥까지 와서 좀 이른 봄산행을 하게 되었는데 봄이 이제 바로 앞에 온 듯한 기분이다.